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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은 독자와 일대일 관계를 맺는 일]<출판문화> 2019년 7월호 한필훈
관리자  2019-07-28 15:21:06, 조회 : 84, 추천 : 31


[출판은 독자와 일대일 관계를 맺는 일]<출판문화> 2019년 7월호 한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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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훈
어제 오전 6:29 ·
당신은, 어떤 출판인입니까?

[출판은 독자와 일대일 관계를 맺는 일]

책을 한 권 쓰고 만들어서 3,000부 판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이 책 읽는 데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가치가 있겠어.’ 결심하고 1-2만 원 책값을 지불한 사람이 3,000명이나 된다니, 가슴 벅찬 일이다. 책읽기는 공짜로 이것저것 감상할 수 있는 유튜브 보기랑은 차원이 다른 일이니까.

일본에서 만난 나츠하샤의 시마다 준이치로 대표는 이런 말을 했다. “출판은 독자와 일대일 관계를 맺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2500부 파는 건 1대 2500의 관계가 아니라 1대 1 관계를 2500개 맺는 일이죠. 이것이 불황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하는 방식입니다. 1인 출판사의 장점은 나 자신이 출판사의 색깔이 되는 거예요. SNS로 독자들과 인간적 소통하여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내 책을 사서 꼼꼼히 읽어주는 독자에게 감사하며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 이것이 출판인의 기본 자세일 거다.

책을 내서 3,000부 팔아치운 사람은, 다음 책을 낼 때 또 3,000명 독자를 찾기 위해 애쓸 것이다. 하지만 책을 내서 3,000명 독자와 일대일 관계를 맺은 사람은, 그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알아내서 한 권 더 내면 된다. 어렵지 않게 3,000부를 팔 수 있다. 출판의 본질은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점차 그 관계를 확장해 가는 것이 아닐까.

시마다 준이치로 씨는 창립한 지 11년 된 1인 출판사 나츠하샤의 대표다. 43세 남자. 모든 업무를 혼자서 하고 매일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주로 문예물 출판하고 초판은 2500부 발간한다. ‘1년에 2500부씩, 5년 동안 1만부 팔 수 있는 책을 낸다.’는 게 그의 경영 원칙이다. 신간 출시 전에 꼭 하는 일은 책 소개문을 들고 5개 도시 서점을 순회하는 일이다. 서점 직원들과 철저히 대화한다. 콘텐츠보다는 출판의 마음을 전달한다. 150개~200개 서점을 직접 방문한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 가장 겸손한 출판사 사장”이라는 말을 듣는다.

“전국 서점을 내 발로 다니면서 책을 알리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내 사고와 정서를 조율합니다. 저는 ‘책은 아름답고 완성된 것이다. 이런 책은 팔린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만진다, 책을 넘긴다, 책을 놓는다, 그것만으로 편안해진다.’ 이런 책을 만들려고 노력하죠. 10여 년 동안 절망했던 적은 없습니다. 불황 탓에 책이 안 팔린다고 느낀 적도 없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브론즈신샤는 도쿄 번화가 하라주쿠 한복판에 있었다. 그림책 잘 만들고 잘 팔기로 유명한 강소출판사다. 2007년에 초판을 낸 ‘다르마상(달마)’ 시리즈는 10년 동안 541만 권 팔렸다. 이 회사의 첫 그림책인 <낙서그림책>은 18개국에 수출되었고, 지금도 중쇄를 찍고 있다.

대표인 와카즈키 마츠코 씨는 60대 여성이다. 35년 전에 세 사람이 회사를 창립했다. 지금은 본사 직원 20명과 영업지사장 10명 하여 30명이 일한다. 30명 가운데 27명이 여성이고, 50대 직원도 3명 있다. 영업직은 모두 주부다. 연간 매출액은 우리 돈으로 300억 원이 넘는다고 지인이 귀띔해 주었다. 대표는 돈 이야기 하는 걸 싫어했다. 개별 도서의 손익분기점을 묻자 “난 그런 거 모릅니다.” 하고 잘랐다. 마케팅적 접근을 싫어하며 예산 매뉴얼도 없다고 했다. “나는 직관형 경영자”며, "0세부터 120세까지 좋은 책은 전달된다는 믿음”으로 출판을 한다고 말했다.

이 출판사는 1년에 딱 12권 신간을 낸다. 정성스레 만들어서 오래, 많이 파는 걸 지향한다. 신인작가 발굴하는 걸 좋아한다. 브론즈신샤 통해 유명 작가가 된 이들은 대체로 자비출판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간 출시 3개월 전에 전 직원이 ‘신간 공유 회의’를 한다. 제목과 디자인을 같이 검토하고, 영업부가 판촉 계획을 제안한다. 출간 2.5개월 전에 포스터, 지라시 등 홍보물을 7000부 만들어서 거래 서점에 배포한다. 아사히신문에 월 1회 정기 광고도 한다. 최근에 SNS 활동도 시작했다.

창립 30주년 되던 해에 서점인 대상으로 ‘브론즈신샤 서점 대상’을 제정했다. 매년 ① 디스플레이 부문 ② POP 부문 ③ 패션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한다. 수상자 18인을 1박2일 도쿄로 초청한다. 시상식 하고, 레스토랑에서 파티하고, 전세버스 타고 제본소 견학한다. 수제본 체험도 한다. 이 행사에는 작가들도 참여한다. 작가-출판사-서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에 투자한다. 와카즈키 마츠코 씨는 이런 ‘축적의 시간들’이 회사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물건]

릿교대학 구내서점 마루젠 릿교에서 일하는 야자와 아카네 씨. 그녀는 스스로 히치코모리라고 했다. 이 날도 사진찍기를 사양했다. 그런 사람이 번역가, 출판사, 서점, 독자를 연결해서 “해외문학을 읽자.” 운동을 하고 있다. 일본 출판계 화제의 이벤트다. 릿교대학의 친한 교수가 프랑스 문학 번역가였다. 그 사람이 “자네 성격에는 이런 책이 좋을 것 같아.” 하며 책 한 권 권한 것이 해외 문학에 눈뜬 계기였다.

번역가 52명이 해외문학 초보자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독서모임을 하고, 북페어를 하고, “나의 첫 해외문학” 해시태그로 독서 체험을 공유한다. 딱딱한 문학을 친근하게 설명하는 무가지도 발행한다. 받아 보니 손글씨로 써서 복사한 수준이다. 그녀가 그린 캐릭터인 흰 고양이 ‘덴스케’가 무가지의 심볼이다. 한 출판사에서 내는 문고본 띠지에 이 캐릭터가 쓰이고 있다. 띠지 앞면에는 번역가가 독자에게 그 책을 추천하는 문구를, 뒷면에는 그 번역가의 다른 작품을 소개했다.

번역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 낸 이 사람. 번역가 교수가 건넨 한 권의 책에서 거대한 울림을 체험하고, 독서를 통해 인생을 바꿨을 거다. 그 경이로운 체험을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을 거다. ‘발언하지 않는 독서회’ 이야기 들을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저 같은 히치코모리도 독서회에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한 거예요. 나와서 한 마디도 안 해도 되는 독서 모임을 만든 거죠. 시간이 지나니까 하나둘 발언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독서회에 참가한 이들은 책을 통해서 더 밝아지고 용기도 냈을 것이다. 누가 말했더라. “책은 조심스레 다루어야 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물건이니까 말야.”

[책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하는 전략]

다이아몬드사는 비즈니스서, 실용서 분야 강자다. 한국에서 밀리언셀러가 된 <미움받을 용기>, <영어는 세 단어로> 외에도 <엘리트 요가>, <의사가 가르치는 식사술>, <안타까운 동물도감> 등 베스트셀러를 출판했다. <똥 한자연습장>을 낸 분쿄샤(文響社)와 함께 요즘 일본에서 핫한 출판사다. 대형 베스트에 의존하는 구조의 취약성을 잘 알기에, 어떻게 하면 강한 기둥을 여러 개 세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일본의 서점은 2007년에 17,000개였다. 2016년 현재 12,526개다. 해마다 50곳씩 감소했고, 2015-2016년에는 1000곳 감소했다. 출판사도 지난 10년 동안 1000곳 가까이 줄어서 3500여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서적 매출액의 90% 이상을 상위 500개 출판사가 차지한다. 이 대열에 끼지 못한 3000여 출판사는 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유통사 자료에 따르면 다이아몬드사는 일본 출판계 비즈니스 분야 1위, 실용 분야 5위, 전체 순위 10위권을 넘나든다.

다이아몬드사는 본래 비즈니스 잡지사다. 100여 년 전인 1913년에 <주간 다이아몬드>를 창간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도 간행한다. 기업 네트워크가 튼튼하고, 직장인 사이 브랜드파워도 강하다. ‘다이아몬드 온라인’이라는 독자 네트워크도 있다. 몇 해 전부터 독자들이 경제, 경영, 전략 같은 딱딱한 책보다 ‘자기계발’, ‘생활실용’ 책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17년에 다이아몬드사는 완전 변신했다. ‘비즈니스 서적’이 아니라 ‘비즈니스맨’에 집중하는 새 전략을 세운 거다. “비즈니스맨을 24시간 지원하는 콘텐츠 회사”를 모토로, 직장인이 회사에서, 퇴근 후에, 여가 시간에, 가족과 함께할 때에 유용한 책을 내고 있다. 일하는 이유, 풍요로운 생활, 몸 만들기, 자녀 커뮤니케이션... 이런 것이 다 그들의 출판 주제다.

다이아몬드사 저작권 담당자인 야나기사와 야스노부 씨는 이렇게 말했다. “잘 팔릴 책을 골라서 출판하는 게 중요한데, 그 조사와 판단은 편집자에게 온전히 맡깁니다. 그들의 전문성, 경험과 통찰을 신뢰하죠. 단행본 편집자가 20여 명인데, 연간 200종 출판해요. 해마다 1인당 10종씩 신간을 내는 셈이죠. 2016년 11월에서 2017년 11월 사이에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그들이 낸 책 4종이 올랐어요.”

[서점과 함께 하는 신간 마케팅]

쇼가쿠칸(小學館)의 문예편집부장 토모야 스가와라 씨에게 소설 시장에 대해 들었다. “일본 소설시장은 20대~50대 여성 독자가 이끌어가요. 연애, 미스터리가 잘 팔리죠. 소설 읽기는 삶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는데, 남자들은 돈과 여자 외에는 별 고민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소설은 이제 전문서적이죠. 3,000부도 안 팔리는 책이 많으니까요. 소수 작가가 수십만 부를 팔고, 대다수는 몇 천 부 파는 데 그칩니다. 독자들이 스스로 책을 고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선택 장애죠. 독자가 문학에 대한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명한 작가에게 쏠리는 현상이 일어나요. 이게 일본의 소설 시장 상황입니다.”

그는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다음 4가지 가운데 하나는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① 문학상 수상. 수상작은 평균 7-8만 부 팔린다. ② 크로스 미디어. 영화화되면 밀리언셀러가 된다. ③ 서점 대상 수상. 수상작은 밀리언셀러가 된다. 문학상보다 더 영향력 있다. ④ SNS 화제작. 5-7만부 정도 팔린다. “어떤 출판사 영업부장은 베스트셀러의 조건으로 다음 3가지를 꼽았어요. ① 엄청 울 수 있다. ② 엄청 웃을 수 있다. ③ 엄청 스릴 넘친다. 어떤 출판사 사장은 이렇게 말했죠. ‘팔리는 책은 단팥빵 속 앙꼬 맛이 확실하다.’ 문학성 이전에 설레고 감동할 수 있는 책이라야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나는 소설 베스트셀러의 3대 조건으로 ① 줄거리 ② 스타일 ③ 철학을 꼽아요. 특히, 약자에 대한 연민을 잘 드러낸 소설은 밀리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쇼가쿠칸은 마케팅에서 서점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신간 발매 2개월 전에 서점용 견본을 제작해서 100군데 서점에 보낸다. 서점 담당자가 각각 책을 읽고 간단한 독후감과 주문 부수를 보내온다. 그러면 우호적 독후감을 모아서 비우호적 독후감을 보낸 서점 담당자들에게 다시 발송한다. 이렇게 두 번 서점 담당자의 의견을 들은 다음에 제작 부수를 최종 결정한다. 서점인들이 보내온 추천 글을 모아, 발매 3주 전에 각 언론사에 배포한다. 신간 발매일은 신문 기사화 시점에 맞춘다.

서점인, 대형유통사 직원, 서평가, 번역가, 저자, 출판인... 출판산업 주체들이 주도적 협업으로 독자를 발굴하고 있다는 것, 이게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 같다.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야 정성스럽게, 절실하게 출판산업을 두고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 진흥 정책도 이제 각 출판 주체의 자발적 혁신을 촉발하고 후원하는 것으로 진화해야 할 듯하다. 나는 위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아. 이 사람은 진짜 출판인이구나.” 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만나보고 싶다. “당신은, 어떤 출판인입니까?”

* <출판문화> 2019년 7월호
151회원님, 김태영, 정진희, 외 14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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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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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필성
강필성 출판인이 아니어도 울림이 오는듯합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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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김태영 귀한 글에서
출판하는 마ㅡ음이 다시 귀하게 느낀글입니다.
그 울림 한번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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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달기 · 1일
김민하
김민하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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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달기 · 1일
Kim Duyong
Kim Duyong 사는 입장에선, 그러함에도 반 쯤 읽다 만 책이 쌓여가는 건 또 낚였다는 자책과 다시는 초판 안 산다, 리뷰를 읽고 발간된 뒤 6개월 된 책을 고르고, 동호회 sns 눈 여겨 보고...., 하는데도 감흥을 주는 책 만나기가 친구 사귀기 만큼 힘든 건 내 탓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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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달기 · 1일 · 수정됨
이송기
이송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직한 사람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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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달기 · 1일
이인숙
이인숙 뭉클한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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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달기 · 1일
이인숙
이인숙님이 답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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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i Yim
Jiyi Yim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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